순수한 물은 0도에서 언다
1기압에서 순수한 물은 0도에서 업니다. 이 온도에서는 물 분자가 얼음 결정에 붙는 속도와 결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속도가 같아 얼음과 물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온도가 조금만 더 내려가면 붙는 쪽이 우세해져 얼음이 자라고, 조금만 올라가면 떨어지는 쪽이 우세해져 얼음이 녹습니다. 물이 얼려면 분자들이 정해진 육각형 짜임으로 가지런히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열을 내보내야 합니다. 얼음이 녹을 때 열을 흡수하고 얼 때 열을 내놓는 이 숨은열이 뒤에 나오는 여러 현상의 열쇠입니다.
녹은 입자가 얼음의 짜임을 방해한다
물에 소금이나 설탕이 녹아 있으면 물 분자 사이사이에 다른 입자가 끼어 있습니다. 얼음 결정은 대부분 순수한 물 분자로만 만들어지므로, 이 입자들은 물 분자가 결정에 붙는 것을 방해합니다. 결정에 붙을 수 있는 물 분자가 줄어드니, 얼음이 자라려면 온도를 더 낮춰야 합니다. 이것이 어는점 내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는점이 내려가는 정도가 녹은 물질의 종류가 아니라 녹아 있는 입자의 수에 따라 거의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소금이든 설탕이든 알코올이든, 같은 양의 물에 같은 수의 입자가 녹아 있으면 비슷하게 내려갑니다.
소금이 설탕보다 효과가 큰 이유
입자의 수가 중요하므로 소금과 설탕은 같은 무게를 넣어도 효과가 크게 다릅니다. 소금은 물에 녹으면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 두 개로 나뉘지만, 설탕은 분자 하나가 그대로 하나로 남습니다. 게다가 설탕 분자는 소금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소금의 몰질량은 약 58.4그램, 설탕은 약 342.3그램이므로 같은 1그램 안에 든 입자 수를 따지면 소금이 설탕의 열 배 넘게 많습니다. 그래서 설탕물은 꽤 달아도 0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소금물은 조금만 녹여도 눈에 띄게 늦게 업니다.
- 소금: 녹으면 이온 둘로 나뉜다
- 설탕: 분자 하나가 그대로 하나
- 같은 무게라면 소금 쪽 입자가 열 배 이상
얼마나 내려가나
묽은 용액에서는 물 1킬로그램에 입자 1몰이 녹을 때마다 어는점이 약 1.86도 내려갑니다. 예를 들어 소금 58.4그램, 즉 1몰을 물 1킬로그램에 녹이면 입자는 2몰이 되어 어는점이 영하 3.7도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진한 용액에서는 이 계산이 정확히 맞지 않지만 경향은 같습니다. 염분이 약 3.5퍼센트인 바닷물은 약 영하 1.9도에서 얼기 시작합니다. 바닷물이 얼 때는 소금이 결정 밖으로 밀려나므로 바다 얼음은 바닷물보다 훨씬 덜 짭니다. 소금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무한정 내려가지는 않아서, 소금과 얼음으로 내려갈 수 있는 한계는 약 영하 21도입니다.
겨울 도로의 제설제
겨울 도로에 소금 계열의 제설제를 뿌리는 것은 얼음 표면의 얇은 물막에 녹아 들어가 어는점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어는점이 기온보다 낮아지면 얼음은 녹은 상태로 남습니다. 하지만 기온이 매우 낮으면 녹을 수 있는 양이 급격히 줄어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몹시 추운 곳에서는 더 낮은 온도까지 작동하고, 녹을 때 열을 내놓는 염화칼슘 같은 제설제를 쓰기도 합니다. 제설제는 금속을 녹슬게 하고 길가 식물과 토양에 해를 줄 수 있으며, 반려동물의 발바닥을 자극하기도 하니 겨울 산책 뒤에는 발을 씻겨 주는 편이 좋습니다.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더 차가워진다
얼음에 소금을 섞으면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데, 녹는 데 필요한 열을 주변과 자기 자신에게서 빼앗아 온도가 0도 아래로 떨어집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방법이 이것입니다. 얼음과 소금을 섞은 통 안에 재료 통을 넣고 돌리면 재료가 0도보다 낮은 온도에 닿아 얼게 됩니다. 반대로 설탕이 어는점을 낮추는 성질은 셔벗과 아이스크림을 너무 딱딱하게 얼지 않게 합니다. 도수가 높은 술이 가정용 냉동실에서 얼지 않는 것도 녹아 있는 알코올이 어는점을 크게 낮추기 때문입니다.
끓는점도 오른다, 하지만 조금
녹은 입자는 끓는점도 올립니다. 다만 물의 끓는점 오름은 어는점 내림보다 작아서, 물 1킬로그램에 입자 1몰마다 약 0.51도에 불과합니다. 파스타를 삶을 때 물 1리터에 소금 10그램을 넣으면 끓는점은 0.2도도 오르지 않습니다. 소금물이 더 빨리 끓는다거나 소금 덕분에 면이 더 빨리 익는다는 말은 근거가 약하고, 소금은 맛을 내기 위해 넣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소금을 넣는 순간 거품이 확 이는 것은 소금 알갱이가 기포가 생길 자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 온도가 오른 것이 아닙니다.
흔한 오해와 주의
어는점 내림은 원리가 단순한 만큼 오해도 많습니다. 아래를 확인해 두면 겨울철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제설제는 먹거나 피부에 오래 닿지 않게 하고, 아이와 반려동물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합니다. 차량을 세차할 때 하부까지 씻어 주면 부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소금을 뿌리면 언제나 얼음이 녹는다: 매우 추우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 설탕도 소금만큼 어는점을 낮춘다: 같은 무게라면 훨씬 약하다
- 소금을 넣으면 물이 더 빨리 끓는다: 끓는점 변화는 아주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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